물고기가 된 사내
얼마간의 그리움에
문을 열어 젖히니
상큼하게 뛰어드는 봄바람
살짝 눈을 감고 흠씬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아- 상쾌하다
애뜻하다
사랑스럽다
몸속에 들어온 바람,
빈 속을 온기로
돌고 돌고 돌더니
이내 역류 하겠다고 화를 낸다
귓전을 맴도는
그의 부드러운 속삭임
입안을 떠돌며 아찔했던
따뜻한 속살거림도 잠시
어느 풍화(風化)보다
깊고 아픈 흔적만 남겨놓고
떠나간다고 한다
비수같은 조각도로
듬성 듬성
생을 도려내고, 내장을 파내어
이미 속이 비어버려 껍질만 남겨진
나무 물고기 한마리.
오늘도 여전히
어느 산사, 추녀 밑에 달려
바람의 온기를 잊지 못해
흔들- 흔들-
흔들리며, 그리워하며
삭신이 저려온다
사내는 오늘도
헛헛한 빈 속을 채우러 도시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