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예상치 못한 때 갑자기 나타난다.
누가 알았으랴.
내가 강아지에게 연정을 품고 사랑하게 될 줄을...
이 녀석은 애초 계획에 없던 놈이었다.
기르던 개가 3마리나 돼서 더 이상 기르기 힘들어
태어나는 족족 분양했다.
그래서 새끼가 계속 태어나도 우리 집 정원은 3마리로 항상 똑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가족계획에 문제가 생겼다.
앞 다리가 하나 부족한 애가 태어난 것이다.
처음 보는 일이라 황당했다.
누가 데려가 기를 리 만무라 내가 기르기로 했다.
하도 어이 없어서 검색해 봤더니 이런 애들을 3족구라 한단다.
길조라 하니 위안이 됐다.
다리 하나 없이 살아야 하는 이 녀석 팔자가
뭔가 하나 부족한 듯 살아가는 내 팔자 같기도 했다.
그래 우리끼리 잘 살아 보자. ㅠㅠ
다른 녀석들 이름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지었지만,
이 녀석의 작명엔 한 달이 꼬박 걸렸다.
사랑이.
영원한 것이 사랑이므로 이 마음 그대로 영원하기를 바라며
녀석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어렸을 적, 사랑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불편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녀석은 다른 녀석들보다 훨씬 잘 먹고, 명랑했다.
똘망똘망....
가끔 엎어지고 먼 길을 걸을 땐 힘들어 하긴 하지만,
그것 마저도 사랑스럽고 이쁘다.
이 녀석은 사고뭉치다.
집 잘 지키고 있으라 다짐 받고 밭에서 일하고 있노라면,
어느 새 이 녀석이 나와서 꼬랑지를 흔든다.
다른 놈들도 모두 따라 나와 함께 꼬랑지질....
어디로 나왔을까 집을 확인해 보니 방충망을 뜯고 나온 것이다.
잘 열리는 방충망은 밀어서 열기도 하면서...
멍청한 녀석들만 길렀는지 다른 놈들은 방충망을 뜯지 않아
전엔 이런 일이 없었다.
덕분에 창문을 열어놓고 사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방충망 교체하는 게 일이었다.
한 쪽 창문을 닫아 놓으면 다른 쪽 방충망,
또 그 쪽을 막아놓으면 다른 쪽 것을 뜯어냈다.
이 녀석이 한 해면 방충망을 서너번씩 해 먹는다.
밤엔 모기들이 뜯긴 틈새로 들어오니 별 수 없이 그때마다
방충망을 교체해야 했다.
거실 방충망이 4개라 한 번 교체하는데 하루 종일 걸린다.
연례 행사로 하다 보니 나도 기술이 좀 늘었다.
좀 쉬워지긴 했지만, 머니가 들고, 쓸 데 없이 고생을 한다.
올해 두꺼운 스테인레스 망으로 교체했더니 이 녀석도 못 뜯는다.
녀석도 내가 지를 이뻐라 하는 줄 아는지
다른 녀석들한테는 끽소리도 못하는데
나한테는 함부러 한다.
털 깍아주려 얼굴, 앞발 만지면 으르릉 댄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털깎기를 계속하면 기어이 문다.
두 살 때.
밖에 나오면 먼저 연못 속에 퐁당~
목욕부터 하고....
책상에 앉으면 꼭 올려 달라해 좁은 책상 귀퉁이에서 드러누워 자고...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면 아빠가 다시 올까 안 올까 잔머리를 굴리고....
사진 찍으려 하면 쪽팔리다고 얼굴을 돌린다.
자식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가 보다.
맨 처음 기르게 된 놈이 첫사랑이므로 그놈을 배신하면 안되는데
이상하게도 이 녀석한테 마음을 뺏긴다.
그런데 이놈은 나를 함부로 대한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반갑게 꼬랑지 흔드는 것이 이쁘고 고마워
그때마다 애들 간식거리를 주는데
가끔 깜빡 잊고 안 줄 땐 이 녀석은 꼭 앙장거리며 짖는다.
지도 내가 이뻐라 하는 줄 아는지 싸가지가 없다.
좀 안고 있으려 하면 몸을 빼고,
계속 만지작거리면 다른 곳으로 가분다. ㅠㅠ
불러도 먹을 것 줄때 빼곤 안 온다.
개무시 당한다.
그래도 나는 이 녀석이 좋다.
가끔 물리기도 하는데 물릴 때도 아프다기 보다는 사랑스럽다.
어쩌랴. 그래도 이뻐 죽것는 걸.
<사랑이 어렸을 적 모습을 찾아보다 동영상을 찾아냈다.
거울 속에 못 보던 녀석이 보이니 짖는 게 지금 봐도 귀여워 죽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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