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구경/동물이야기

[스크랩] 사랑이

함께모두 2011. 8. 29. 22:43

사랑은 예상치 못한 때 갑자기 나타난다.

누가 알았으랴.

내가 강아지에게 연정을 품고 사랑하게 될 줄을...

 

이 녀석은 애초 계획에 없던 놈이었다.

기르던 개가 3마리나 돼서 더 이상 기르기 힘들어

태어나는 족족 분양했다.

그래서 새끼가 계속 태어나도 우리 집 정원은 3마리로 항상 똑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가족계획에 문제가 생겼다.

앞 다리가 하나 부족한 애가 태어난 것이다.

처음 보는 일이라 황당했다.

누가 데려가 기를 리 만무라 내가 기르기로 했다.

하도 어이 없어서 검색해 봤더니 이런 애들을 3족구라 한단다.

길조라 하니 위안이 됐다.

 

다리 하나 없이 살아야 하는 이 녀석 팔자가

뭔가 하나 부족한 듯 살아가는 내 팔자 같기도 했다.

그래 우리끼리 잘 살아 보자. ㅠㅠ

다른 녀석들 이름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지었지만,

이 녀석의 작명엔 한 달이 꼬박 걸렸다.

 

사랑이.

영원한 것이 사랑이므로 이 마음 그대로 영원하기를 바라며

녀석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어렸을 적, 사랑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불편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녀석은 다른 녀석들보다 훨씬 잘 먹고, 명랑했다.

똘망똘망....

 

가끔 엎어지고 먼 길을 걸을 땐 힘들어 하긴 하지만,

그것 마저도 사랑스럽고 이쁘다.

이 녀석은 사고뭉치다.

집 잘 지키고 있으라 다짐 받고 밭에서 일하고 있노라면,

어느 새 이 녀석이 나와서 꼬랑지를 흔든다.

다른 놈들도 모두 따라 나와 함께 꼬랑지질....

 

어디로 나왔을까 집을 확인해 보니 방충망을 뜯고 나온 것이다.

잘 열리는 방충망은 밀어서 열기도 하면서...

멍청한 녀석들만 길렀는지 다른 놈들은 방충망을 뜯지 않아

전엔 이런 일이 없었다.

 

덕분에 창문을 열어놓고 사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방충망 교체하는 게 일이었다.

한 쪽 창문을 닫아 놓으면 다른 쪽 방충망,

또 그 쪽을 막아놓으면 다른 쪽 것을 뜯어냈다.

 

이 녀석이 한 해면 방충망을 서너번씩 해 먹는다.

밤엔 모기들이 뜯긴 틈새로 들어오니 별 수 없이 그때마다

방충망을 교체해야 했다.

거실 방충망이 4개라 한 번 교체하는데 하루 종일 걸린다.

 

연례 행사로 하다 보니 나도 기술이 좀 늘었다.

좀 쉬워지긴 했지만, 머니가 들고, 쓸 데 없이 고생을 한다.

올해 두꺼운 스테인레스 망으로 교체했더니 이 녀석도 못 뜯는다.

 

녀석도 내가 지를 이뻐라 하는 줄 아는지

다른 녀석들한테는 끽소리도 못하는데

나한테는 함부러 한다.

털 깍아주려 얼굴, 앞발 만지면 으르릉 댄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털깎기를 계속하면 기어이 문다.

 

두 살 때.

 

 

밖에 나오면 먼저 연못 속에 퐁당~

목욕부터 하고....

 

책상에 앉으면 꼭 올려 달라해 좁은 책상 귀퉁이에서 드러누워 자고...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면 아빠가 다시 올까 안 올까 잔머리를 굴리고....

 

                                  사진 찍으려 하면 쪽팔리다고 얼굴을 돌린다.

 

자식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가 보다.

맨 처음 기르게 된 놈이 첫사랑이므로 그놈을 배신하면 안되는데

이상하게도 이 녀석한테 마음을 뺏긴다.

 

그런데 이놈은 나를 함부로 대한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반갑게 꼬랑지 흔드는 것이 이쁘고 고마워

그때마다 애들 간식거리를 주는데

가끔 깜빡 잊고 안 줄 땐 이 녀석은 꼭 앙장거리며 짖는다.

 

지도 내가 이뻐라 하는 줄 아는지 싸가지가 없다.

좀 안고 있으려 하면 몸을 빼고,

계속 만지작거리면 다른 곳으로 가분다. ㅠㅠ

불러도 먹을 것 줄때 빼곤 안 온다.

개무시 당한다.

 

그래도 나는 이 녀석이 좋다.

가끔 물리기도 하는데 물릴 때도 아프다기 보다는 사랑스럽다.

어쩌랴. 그래도 이뻐 죽것는 걸.

 

             <사랑이 어렸을 적 모습을 찾아보다 동영상을 찾아냈다.

              거울 속에 못 보던 녀석이 보이니 짖는 게 지금 봐도 귀여워 죽것다.>

 

출처 : [Daum우수카페]귀농사모
글쓴이 : 한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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